[신간 안내] 최여진 시인 ‘찻잔 속에 담긴 시’ 인기몰이
상처 있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보듬어주는 책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 쓴 모습이 생각난다
어릴 적 비가 많이 오면 우산이
없어 찢어진 비닐우산 쓰고
가던 생각이 난다
안개비가 아름답게
내리는 날 그냥 맞고 걷는다
가랑비에 추억이 있듯
누구에게든지 추억이 있겠지
비는 내 마음 알까?
비가 되고 싶다
최여진 시인의 신간 시집인 <찻잔 속에 담긴 시> P.44에 등장하는 ‘비가 되고 싶다’이다. 비(雨)라고 하면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다.
어려서부터 삶의 파고가 쓰나미보다 드높았다.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 무렵부터 소년가장이 되어 돈을 벌어야 했다. 그 돈벌이 중 하나가 우산 장사였다.
비가 쏟아지면 고향 역 앞으로 달려가 비닐우산을 팔았다. “우산 있어요. 우산 사세요~” 그런데 비는 십인십색(十人十色)인 사람처럼 종류가 많다.
조금씩 내리는 비로, 이슬비보다 굵은 ‘가랑비’를 필두로 ‘소나기’, ‘보슬비’, ‘여우비’, ‘태풍비’, ‘장맛비’ 등인데 우산 장사 소년의 입장에서는 단연 흑풍백우(黑風白雨, 흑풍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내리는 소나기)가 돈벌이로는 제일이었다.
특히 예고 없이 쏟아지는 비는 무조건 ‘오케이 땡큐!’였다. 역사를 빠져나온 승객들은 느닷없는 폭우에 안절부절못했는데 이때 내가 구세주(救世主), 아니 구우주(救雨主)로 나섰던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지만, 소년가장의 비애는 견고한 빈곤과 사회적 차별 등으로 여전히 강퍅하기만 했다. 소년가장의 아픔은 경제적 어려움, 심리적 부담, 사회적 지원 부족 따위가 복합적으로 융기(隆起)하면서 갈민대우(渴民待雨, 목마른 백성이 비를 기다린다는 뜻으로, 아주 간절히 기다림을 이르는 말)의 변방으로 내몰렸다.
이런 관점에서 최여진 시인의 신간 시집 <찻잔 속에 담긴 시>는 상처 있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보듬어주는, 치유 효능이 가득한 홍차처럼 우리에게 그윽하게 다가온다.
출간 즉시 인기몰이 중인 <찻잔 속에 담긴 시>와는 별도로 작년에 [영국과 튀르키예의 홍차 문화]를 출간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에 뛰어든 최여진 작가는 이 책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 “가을의 감성에 어우러질 수 있는 차 꽃이 하얗게 피는 9월에서 11월 사이 꽃은 단순히 아름다운 자태 귀여운 꽃봉우리이다. 싱그러운 차나무가 꽃망울을 터트리면 차를 공부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의 차시를 쓰는 것이 습관처럼 다가 왔다.
차가 좋아서 차 공부를 했고, 홍차 책을 내고자 열심히 공부하면서, 아울러 나는 시를 쓰면서 참 행복했다.(후략)” =
최여진 작가는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예절다도학과 석사와 원광대학교 대학원 박사 과정 수료 후 국가 공인 예절 지도사와 인성 예절 지도사, 중도문인협회 사무국장을 겸임하며 평소 봉사활동에 있어서도 타의 모범이 되고 있다.
“차(茶) 박물관을 세우는 게 꿈”이라는 최여진 시인이 경영하는 대전시 서구 월평서로6번길 77(월평동) [전통찻집 미소미소]의 내부와 지하에는 그러한 바람의 발로처럼 차와 관련된 갖가지 보물들이 마치 화수분처럼 가득하여 여길 찾은 사람의 눈까지 호강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