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소개] 백성일 시집 ‘해후’

마음이 헛헛할 때 읽으면 더 좋은 책

2024-05-10     홍경석 편집국장

- 긴긴 기다림이

꽃과 벌이 간절함이 하나 되어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인연은 동전의 양면이다

몸과 마음을 감고 있는

거미줄을 단번에 걷어버리고

아련한 그리움을 새기면서

주체할 수 없는 흥으로

붉은 장미 한 송이 들고

한잎 두잎

산산이 부서져 날아갈 때

아득한 세월의 사연을 품고

그리움이 풀어지는 날

비틀거리며 춤을 춘다 -

백성일 시인 신간 시집 <해후>가 도서출판 지식나무에서 출간되었다. 해후(邂逅)는 오랫동안 헤어졌다가 뜻밖에 다시 만남을 뜻한다.

그런데 우리네 인생에 있어서 해후는 가능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양분된다. 지금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그래서 어버이날을 기리는 행사가 많다.

최근 두 곳의 어르신 요양시설을 찾아 취재했는데 ‘세족식’이 열려 눈길을 모았다. 세족식(洗足式)은 예수님이 유월절 예식 전에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장면에서 유래된 의식이라고 한다.

아무튼 어르신 요양시설에서 무표정한 내색으로 자녀가 실천하는 세족식을 받는 어르신들 모습을 보자니 만감이 교차했다. 부모님께서는 이젠 기운조차 없는 저 두 발로 자녀를 오롯하게 키우셨다.

그래서 부모님의 발은 사랑과 희생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세족식은 가족 간의 사랑과 존경을 표현하는 의식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발은 일반적으로 사람이나 동물의 다리 맨 끝부분을 의미한다.

발은 사람의 ‘걸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한데 사람의 두 다리는 몸 전체를 지탱해 주는 역할을 하며, 다양한 운동 및 활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근육과 관절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서서 또는 앉아서 보내기 때문에, 두 다리의 건강 상태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걷기나 달리기, 등산 등의 유산소 운동이나 스쿼트, 런지, 레그프레스 등의 근력 운동을 통해 두 다리의 근육을 강화하면 체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늙고 병까지 들면 더 이상 발은 기운을 쓸 수 없다는 한계에 봉착한다. 생로병사는 인간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늘날 연로하신 부모님도 과거엔 젊었고 기운이 항우장사처럼 넘쳤다. 덕분에 마치 고구마 줄기처럼 많았던 자녀들을 모두 건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족식을 얼추 마칠 즈음 진행자가 자녀들에게 권유했다.

“부모님의 발을 다 씻으셨으면 마른 수건으로 잘 닦아드리세요. 그리곤 그 발에 키스를 한 번 해 주세요.” 잠시 후 진행자의 요청대로 부모님의 세족을 마친 자녀들이 여기저기서 흐느끼기 시작했다.

순간 동질감이 발동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나는 과연 부모님께서 생존해 계실 적에 단 한 번이라도 발을 씻겨드린 적이 있었던가? 이젠 저세상에 계시는 부모님께 나의 불효를 빌었다.

불효부모사후회(不孝父母死後悔,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으면 돌아가신 후에 뉘우친다)는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금과옥조(金科玉條)였다.

명불허전의 백성일 시인은 경북 고령 출생으로 '심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멈추고 싶은 시간』, 『바람이었다』, 『해후』 등이 있다. 작가와문학상, 백두산문학상, 중국도라지해외문학상, 한중문화예술교류대상, 경기문창문학상, 해외문학상, 중국송화강해외문학상, 한반도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문득 누군가가 그리워지거나, 마음이 헛헛할 때 읽으면 더 좋은 책, 백성일 시집 ‘해후’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