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벽지 노선'은 1993년 4월 11일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게임의 일환으로, 당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주인공인 버스 운전사는 총각이다. 어려서 보육원에서 자랐는데 먹고 살고자 운전을 배웠다.
벽지를 운행하는 그의 버스에 어느 날 묘령(妙齡)의 나이로 보이는 여자와 소녀가 탑승한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버스의 종착지인 곳에 하차하는데 거기가 그 여자의 친정이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간난신고(艱難辛苦) 인생길이었다. 남편의 노름과 폭력에 지친 그녀의 엄마는 진작 야반도주했다. 나이가 들자 덩달아 타관 객지에 나가 돈을 벌어야 했던 그녀는 하지만 딸을 얻는 대신 남편은 교통사고로 잃고 마는 비운의 여인이 된다.
세상에 하나뿐인 딸을 의탁하고자 친정에 왔거늘 아버지는 여전히 냉갈령 하여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 결국 그녀는 딸의 손을 잡고 버스에 오르면서 드라마 ‘벽지 노선’은 끝난다.
벽지(僻地)는 외따로 뚝 떨어져 있는 궁벽한 땅이다. 도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교통이 불편하고 문화의 혜택이 적은 곳을 이른다. 노선(路線)은 선로, 철도 선로 따위와 같이 일정한 두 지점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교통선이다.
벽지 지역은 인구 밀도가 낮고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이다. 벽지 노선은 지리학 또는 도시 계획에서 특정 지역의 경계나 한계를 나타내는 선을 의미하며, 주로 도시의 발전, 토지 이용 계획 등의 맥락에서 사용된다.
정부에서는 교통 소외 지역 주민의 장거리 이동을 지원하기 위해 시외버스 및 고속버스 노선을 벽지 노선 지원사업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운영지침을 개정하고, 실천 중에 있다고 한다.
드라마 '벽지 노선'을 보면서 상당 부분이 나의 지난했던 삶과 교차하는 부분이 있어 가슴이 아팠다. 우선, 아버지로 인해 어머니로부터도 버림받아야만 했던 주인공 여자의 파란만장한 삶이다.
다음으로는 부모의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보육원에서 성장한 버스 운전사의 세상을 향한 울분의 제어 목적으로 습관화된 폭음 또한 내 삶의 궤적과 일정 부분 들어맞았다.
뜻한 바 있어 지난주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따라서 이제 주중 음주는 힘들다. 공공근로와 수업이 없는 주말이나 되어야 술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어쨌든 나도 그동안 '벽지 노선‘의 가파른 삶을 잡초처럼 살아왔다. 내가 이 나이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만학의 고된 길을 선택한 건 아니다.
그저 그동안 삭막한 벽지로만 돌았던 내 삶을 보다 건설적이며 삶의 보람과 희열까지 북적이는 도회지로 선회하고자 그리 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