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내려 마음 먼저 언 장날
괜히 부푼 마음 끌고
장터로 나섰다
늙은 장터할매
컵라면으로
이 다 빠진 움푹한 입을 데우고 있고
옹기종기 장작불 앞
상인들만 목 기웃하다
아점이나 먹자
시장에서 시장기를 느껴
들어간 콩나물국밥집
- 코로나 때매 힘들지 계란 두 개 늦어 춘디 많이 먹어 밥 즉으믄 더 달라 허고
갑자기 턱 목을 받는
엄마 같은 위로
펄펄 끓는 국밥에 새우젓을 탄다
- 엄마두 힘든데 뭐하러 계란을 두 개나
쾌한 핀잔을 엄마마냥 뱉는다
계란 노른자 톡 터지며
꽃처럼 핀다
이비단모래 시인의 시집 [꽃잠] P.84~85에 나오는 ‘콩나물국밥’이다. 신탄진 오일장의 풍경이 자연스레 데자뷔로 떠오른다.
덩달아 어머니의 바다처럼 푼푼한 아낌없는 베풂이 콩나물국밥 사이의 새우젓으로 날카롭게 가슴을 벤다. 얼굴조차 알 수 없는 어머니의 부재 덕분(?)에 소년가장으로 고향 역 앞 차부에서 행상을 했다.
차부 뒤에서 천막을 치고 국수를 팔던 아줌마가 엄마 이상으로 살가웠다. 나한테는 왜 저런 엄마조차 없을까를 되새기며 눈물을 훔치기도 다반사였다.
너른 엄마처럼 그리움처럼 넘실대는 이비단모래 시인의 시집 [꽃잠]이 다시금 눈시울을 자극했다. 이 시집은 '제1부_이별 없는 곳', '제2부_너를 훔치다', '제3부_꽃잠', '제4부_손톱달 약속', '제5부_바다 한 입' 등 총 5부로 구성돼 80편의 주옥같은 작품이 빼곡하다.
충북 청원 출생인 이비단모래 시인은 대전대 문예창작과와 한남대 사회문화 행정복지대학원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지난 1999년 <조선문학>으로 등단했고, 진안문학상, 대덕문학상을 수상했다.
대전문학관 시 확산 시민운동 선정 작가(2021), 대전MBC 방송작가(1991~2014) 등을 지냈다. 산문집으로 <사랑으로 길을 내다>, <내 안에 그대가 있네>,<사람답게 산다는 것>과 시집으로 <아이야 우리 별 따러 가자>, <친정아버지> ,<아름다운 동행>,<읍내동 연가>,<사랑은 날 것일 때 맛있다>,<꽃 마실 가는 길에>,<비단모래>,<특히 그대>, 전자시집으로 <애틋> 등을 펴냈다.
결혼한 신랑 신부가 처음으로 함께하는 잠을 ‘꽃잠’이라고 한다. 때론 독자를 울리지만 궁극적으론 ‘꽃잠’을 지향하고 있는 이비단모래 시인의 이 책으로 신혼의 첫날밤과 같은 무아지경(無我之境)을 경험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