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퇴근하니 누워있는 아내의 얼굴이 창백했습니다. 겨우 일어난 아내는 전혀 예상치 않았던 ‘사건’의 자초지종을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내는 어제 시장에 다녀와 피곤해서 잠시 잠이 들었답니다.
집 전화가 울려 받았더니 웬 남자가 하는 말이 아들의 이름을 거명하면서 “00(아들)이 지금 누군가에게 심하게 맞아서 머리에선 피가 나고 말도 못 할 정도”라고 하더랍니다. 이에 화들짝 놀란 아내는 경황이 없었으며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마구 떨렸답니다.
“우리 아들이 말은 할 수 있나요?” 그러자 그 남자는 잠시 기다리라더니 아들을 바꿔주겠다고 하더랍니다. 이윽고 전화를 넘겨받은 웬 남자(아들 역할의)는 얼추 2분 가량을 더듬거리며 말을 하는 건지 울기만 하는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소리만을 연신 쏟아냈다네요.(알고 보니 ‘가짜 아들')
“많이 다쳤니? 대체 어디야? 엄마가 당장에 달려갈게!” 라고 이젠 아예 애걸복걸을 하기에까지 이르렀답니다. 그러면서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건 암만 생각해도 내 아들의 목소리가 아니다 싶더랍니다.
하여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우리 아들, 지금 정신 있어? 네가 다니는 학교가 어디야?”라고 내처 물었다네요. 그러자 그 남자 하는 말이 “엄마, 내가 무슨 학교를 다녀요?”라고 하더랍니다. 그러자 아내는 비로소 장난 전화였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이 사람들이 누굴 상대로 이런 사기를 쳐? 니들 경찰에 신고할 거야!” 그러자 그들은 마구 웃으며 전화를 급히 끊더랍니다. 아마도 아내가 속았다면 아들의 치료비 운운하며 돈을 뜯어내려 했던 게 분명합니다.
그렇게 전화를 끝내긴 했지만 가뜩이나 몸이 약한 아내는 전화를 처음 받을 때 하도 놀라서 뒤로 엉덩방아까지 찧을 정도로 쇼크를 먹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여간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사기극의 피해자가 된 아내는 그래도 미심쩍어 이번엔 아들의 휴대전화를 마구 눌렀답니다.
‘다행히’ 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아들은(당연한 얘기겠지만) 아내의 말에 “요즘 그런 사기꾼들이 범람하니 앞으론 아무 전화나 받지 마세요!”라고 했고요. 아까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식은땀까지 흘리며 얘길 한 아내를 눕히며 물수건을 다시 적셔 얹어주곤 저도 덩달아 혀를 찼습니다.
최근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기를 당하고 있습니다. 현직 고위 공직자까지도 보이스피싱 사기전화에 당해 돈을 뜯겼다고 합니다. 그러더니 결국 이번엔 내 아내까지도 그러한 범죄의 타깃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새삼스레 우리 사는 세상이 참으로 갈수록 무서워만 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습니다!
어떤 부모라도 부지불식간에 전화가 걸려 와 자신의 사랑하는 자식이 다쳤다고 한다면 당황하고 놀라지 않을 도리가 있겠습니까! 참으로 무서운 세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러한 악질 범죄는 그 뿌리를 뽑아야 할 일입니다.“
=> 이상은 내가 현 문화체육관광부의 전신이었던 국정홍보처의 정책 넷포터(시민기자 개념)로 활동할 당시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에 2008년 6월 17일에 올린 글이다. 지금도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에서 검색하면 299개의 내 글을 만날 수 있다.
그처럼 16년 전에도 기승을 부렸던 보이스피싱 범죄는 지금도 여전하다. 다음은 올해 5월 30일 세계일보에 실린 ‘마약까지 판 보이스피싱 조직 잡혔다’ 기사이다.
= ”보이스피싱 범죄를 시작으로 국내에 마약까지 유통한 일당 27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이 국내에 들여온 마약은 19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인데, 상당량은 이미 시중에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29일 범죄집단조직·활동, 사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국내 총책 박 모(33)씨 등 2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17명은 구속 송치했고, 필리핀에 거주하는 해외 총책 김 모(36)씨에 대해서는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해 추적 중이다.(중략)
이들은 국내에 다량의 마약을 유통하고 판매한 혐의도 받는다. 일당은 지난해 5월부터 서울과 인천 등지에서 무인택배함이나 소화전 등에 마약을 숨겨서 거래하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과 케타민 등의 마약 5.77㎏을 유통·판매했다.
이는 시가 약 29억 원 상당으로 19만 2,000여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중략) 이들이 보이스피싱에서 마약까지 범죄를 전방위적으로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은 두 범죄의 수법이 비슷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범죄 모두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지고, 추적을 피하기 위해 대포폰과 중계기를 사용한다. 범죄 현장에는 고액 아르바이트 등을 전달책이나 수거책으로 보낸다는 공통점도 있다.(후략)“ =
‘사랑의 배터리’로 더욱 유명해진 가수 홍진영의 히트곡에 <잘 가라>가 있다.
= ”잘 가라 나를 잊어라 이까짓 거 사랑 몇 번은 더 할 테니 알잖아 내가 뒤끝이 좀 짧아서 알잖아 내가 너 말고도 님이 많아서 난 싫어 간질간질 거리는 이별 이맘때쯤 흐르는 눈물 할 만큼 했잖아 미련이 없잖아 (짠짠 짜잔 짠)
잘 가라 나를 잊어라 이까짓 거 사랑 몇 번은 더 할 테니 잘 가라 돌아보지 말아라 여기서 난 안녕 멀리 안 나갈 테니 울지 마라 알잖아 내가 깔끔한 게 좋아서 혹시나 하는 맘에 하는 얘기인 거야 비라도 부슬부슬 오는 늦은 밤 술이 한 잔 두 잔 들어가는 밤 혀 꼬인 말투로 전화하지 마라“ =
주변에서 보이스피싱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에 대한 형량을 최대치로 올려야 한다. 아무리 초범일지라도 집행유예 따위로 풀어주지 말고 엄벌에 처해야 마땅하다.
모든 국민의 바람이다. 보이스피싱은 정말 영원히 잘 가라! 그리곤 다시는 얼씬거리지도 말아야 한다.
■ 엄형득정(嚴刑得情) : 엄하게 벌을 주어 범죄를 밝혀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