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재발견 / 이우디
이 계절은 곧 이륙합니다
창마다 활짝 핀 꽃들의 주관은 무시
무단 침입 시도한 엄마는 미수
광고 수신 동의에 체크하고 무시한 나처럼
붉은 연지 비로도 치마가 무색한 엄마처럼
장밋빛 하늘 임대한 그들만의 세상은 냉정합니다
집 나간 상상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하지만
조형 MRI 검사 안내서에 사인하고 까먹은 어제처럼
전자레인지 가슴에서 터져버린 오징어 속살처럼
계절이 없는 여자는 객관적
달도 별도 외면한 난기류입니다
벙거지 깊게 눌러쓴 바람은 바깥만 애정하는 바람
돌아올 생각 없는 듯 환한 소문만 소복합니다
식탁 모서리 허울 벗은 아바타는 헐벗은 아버지
금이 간 여자는 계절의 식탁을 차립니다
화법은 하얀 침묵
밤이 내리면 이 계절은 회항하겠습니다
이우디 : 2014년《영주일보》신춘문예(시조), 2014년《시조시학》, 2019년《문학청춘》시, 2019년《한국동시조》등단. 시집 『수식은 잊어요』 시조집 『썩을,』『강물에 입술 한 잔』『튤립의 갈피마다 고백이』. 제12회《시조시학》젊은시인상(2018), 제15회 열린시학상 시 부문(2023) 수상.
문학매거진 <시마>(제19호, 2024년 여름호)
[시평]
이우디 시인의 '바람의 재발견'은 현대인의 일상과 내면을 시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시는 계절이 변화하는 모습을 비행기 이륙과 회항에 비유하며 시작합니다. 시 속에서는 창마다 핀 꽃들과 광고 수신 동의, 오징어 속살 등 일상의 다양한 이미지들이 등장해 우리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시인은 엄마와 나, 그들만의 세상, 집 나간 상상 등 다양한 주체들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탐구합니다. '장밋빛 하늘 임대한 그들만의 세상은 냉정합니다'라는 구절은 우리 사회의 차가움을 표현합니다. '전자레인지 가슴에서 터져버린 오징어 속살'과 같은 강렬한 이미지는 일상의 불안과 혼란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마지막 연에서 '금이 간 여자'와 '헐벗은 아버지'는 가정의 모습을 상징하며, 이 계절의 변화와 함께 개인의 내면 변화도 암시합니다. 시인은 계절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독자로 하여금 일상의 소중함과 인간의 깊이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