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의 등 뒤에서
숨었던 바람 한 잎
향기를 품어 앉고
유혹의 향기 날려
숨죽여 잠들어있는
가슴속을 파내네
입 닫고 침묵하던
날 깨워 흔들면서
말없이 바라보던
눈빛만 아름답다.
나 업고 가시는 곳이
꿈길 속이 아닐까?
박강정 시조집 [바람 한 잎]이 출간(도서출판 이든북 간)되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위 글은 [바람 한 잎]의 P.23에 등장하는 박강정 작가의 작품 ‘바람 한 잎’이다.
추석이 닷새 앞으로 성큼 다가왔건만 가히 살인적인 폭염은 일말의 염치(廉恥)조차 없이 마구 횡포를 부리고 있다. 그래서 바람 한 잎조차 아쉽고 간절하다.
박강정 시인의 시조는 삶의 고뇌와 시련, 망각과 늙음도 극복될 수 있다는 신념과 열정이 넘친다. 박 시인은 언제나 대범하게 광야와 밀림, 고도(孤島)를 벗어나 차가운 도시의 거리에서 가족과 함께 따뜻하고 행복하고 자신감 넘치는 운명의 집을 구축해 가고 있다.
박 시인의 가족 사랑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싶어 시조를 쓰고, 사랑하고, 삶의 양식으로 삼고자 하는 열의가 넘친다. 시조의 수사나 기교나 비교의 관점보다는 자신의 체험과 상상을 물들이고, 숨결을 불어 넣어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자 하는 것이다.
1950년 6.25사변 때 부친을 잃고, 어려운 세상 길을 걸어오면서 파킨슨과 치매가 함께 찾아와 캄캄한 인생의 허망함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회복되어지며 지속하여 시조를 쓸 수 있음에 행복을 찾고 있는 박 시인의 시조는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다.
가히 인간 승리의 표본을 보는 듯하다. 시조(時調)는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으며, 간결하고 명확한 표현을 사용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시조는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으며, 개인적인 경험이나 생각을 표현하는 데에도 적합하다. 시조는 초장, 중장, 종장의 형식으로 작가의 생각을 간결하고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다.
아울러 한자가 아닌 우리말 위주로 표현할 수 있어 향유층이 넓다는 장점까지 지니고 있다. 대저 술도 달랑 한 잔만 받으면 서운한 법. 하여 박강정 시인의 시조 ‘연리지 사랑’을 한 편 더 감상코자 한다.
남이야 남을 만나
쓰러지든 끌어안든
말 많은 이 세상을
떠나서 살아야지
두 날개 한 몸 되어서
꿈을 찾아 떠나자
품 안에 끌어안고
사랑한 지 몇 해인가
지금은 무르익은
포도알 결실인 걸
한 쌍의 비익조 되어
하늘 높이 날아라
연리지(連理枝)는 두 나무의 가지가 서로 맞닿아서 결이 서로 통한 것을 말한다. 또한 화목(和睦)한 부부(夫婦)나 남녀(男女) 사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이 작품을 보면서 문득 가련한 아내가 떠올랐다.
가난뱅이 집안의 장손에게 시집와 40년 이상을 살면서도 서방이라는 작자는 허구한 날 술이나 처먹을 줄 알지 돈벌이라곤 도통 할 줄 모름에도 고무신 거꾸로 신지 않고 살아주고 있으니 매양 고마울 수밖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