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빛
강정례
어둑한 뒤뜰에서 우두커니 서 있으면
하늘에서 별빛 하나 내려와
야윈 밤나무 우둥지에 앉아 중얼거린다
산다는 것은
젖은 낙엽이 땅 위를 뒹굴듯
묵묵히 견뎌내는 일이라 말한다
길게 내뿜는 담배 연기가
흐릿한 새벽안개를 휘감아 하늘로 올라가는 그곳에
죽은 자의 혼이 별빛을 타고 온 것이다
긴 밤을 살아내어
아침을 데려오는 것이라 말하며
내가 그들이 되기까지 좀 더 견뎌 보라 말한다
[시평]
강정례의 시 '별빛'은 삶의 고통과 인내를 별빛이라는 상징을 통해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어두운 뒤뜰에서 별빛이 내려와 밤나무에 앉아 중얼거리는 장면을 통해, 삶이 마치 젖은 낙엽이 땅 위를 굴러가듯 무겁고도 묵묵히 견뎌내야 하는 과정임을 묘사한다.
담배 연기와 새벽 안개는 죽은 자의 혼과 연결되어 있으며, 이로부터 긴 밤을 살아내는 것이 아침을 맞이하는 과정임을 깨닫게 된다.
시는 결국 삶의 고난을 견디며 밝은 내일을 맞이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문학매거진 시마 20호, 2024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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