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우당고택에 담긴 선행과 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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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우당고택에 담긴 선행과 아람
  • 홍경석 시민기자
  • 승인 2022.06.1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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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고택’을 알고도 찾지 않으면 후회막급
우당고택의 위용
우당고택의 위용

 

한 번도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다. [보은 우당고택]을 두고 한 말이지 싶다. 충청북도 보은군 장안면 개안길 10-2(개안리 154)에 위치한 [우당고택]은 1984년 1월 10일 중요민속자료 제134호로 지정되었다.

 

1919~1921년 하개리 마을에 지은 전통가옥으로 현재는 선민혁이 소유·관리한다. 속리산에서 흘러내리는 삼가천(三街川)이 큰 개울을 이루고 개울 중간에 삼각주를 이루어 섬이 된 연화부수형(蓮花浮水形) 명당이며,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숲을 이룬 중앙에 99칸의 큰 기와집이다.

 

안채·사랑채·사당의 3공간으로 되어 있으며 안담으로 둘러싸고 다시 바깥담으로 크게 둘러쌌다. 대문은 솟을대문이고 오른쪽과 왼쪽으로 행랑채가 서 있다. 행랑채 끝에는 사랑채로 들어가는 중문채로 이어지고 중문은 솟을삼문형이다.

 

사랑채는 남향으로 무사석같이 다듬은 세벌대 위에 있다. 당대 제일의 목수들을 뽑아 이상형으로 집을 지었는데 못 하나 안 박고 완성했다니 정말 대단해 보였다.

 

속리초등학교 길 건너와 ‘법주사’로 더 유명한 속리산국립공원의 초입에 위치한 [우당고택]은 들어서는 순간부터 압도적 존경과 흠모의 담론 정서에 편승하게 된다. 자그마치 99칸의 큰 기와집을 모두 돌아보자면 흡사 과거의 대궐에 들어선 듯한 착각이 팽배해진다.

전국 팔도의 장맛이 모두 모였네
전국 팔도의 장맛이 모두 모였네

 

영화나 드라마에서 사극을 찍자면 반드시 찾아야 할 곳이라는 당연한 논리까지 시나브로 형성됨은 물론이다. ‘우당’이라는 아호는 전남 고흥의 부농이었던 선영홍(1861~1924)이 1919~1921년 사이에 지은 집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부자들이 치부에 혈안이 된 것과는 사뭇 달리 선영홍과 후손들은 빈자와 소작농들에게도 아낌없는 베풂을 실천했다고 전해진다. 그런 증거는 우당고택 앞의 공덕비(功德碑)와 효열문(孝烈門)에서 여실히 관찰할 수 있다.

 

위선취락(爲善取樂), 즉 ‘선을 베푸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다'라는 편액의 경구처럼 우당고택에서 살았으며 현재도 살고 있는 선 씨와 그 가족들은 여전히 이타적 삶으로 주변의 존경이 자자하다고 알려져 있다.

 

취재 당일 기자가 만난 우당고택의 종부님이신 김정옥 할머님의 극진한 접대와 시종일관 겸손에서 이 같은 사실을 여실히 느끼며 긍정적 논리의 정당화까지 도모할 수 있었다.

'위선취락'으로 살아온 명문가
'위선취락'으로 살아온 명문가

 

안채 앞을 지키는 수백 년 수령의 소나무 또한 장관이었다. 선풍기 하나 없이도 전혀 더위를 느낄 수 없는 건물의 신통방통한 설계의 과학에서는 보은 우당고택에 담긴 선행(善行)과 거기서 파생된 아람(밤이나 상수리 따위가 충분히 익어 저절로 떨어질 정도가 된 상태, 또는 그런 열매)이라는 주관적 해석까지 담아내는 수확을 거둘 수 있었다.

 

우당고택의 또 다른 장관은 단박 시선을 끄는 엄청난 숫자의 ’팔도(八道) 장독대‘다. 장맛이 좋아야 음식 맛이 좋다는 건 상식이다. 일명 ‘선병국 가옥’으로도 불리는 우당고택을 더 깊이 알려면 여기서 하룻밤을 자고, 이튿날엔 팔도의 장맛으로 만든 조반(朝飯)까지 맛보는 센스와 혜안까지 필요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보은(報恩)은 명실상부 전국적인 대추의 집산지다. 대추와 연관된 속담이 많다. ‘대추 씨 같다’는 몸집은 작으나 성질이 야무지고 단단하다는 뜻이다. ‘대추나무 방망이’는 대추나무로 만든 방망이같이 옹골지고 단단해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능히 참고 견딜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을 뜻한다.

 

이 중 압권은 ‘대추를 보고도 먹지 않으면 늙는다'라는 말일 것이다. 그만큼 대추는 우리 몸에 정말 좋은 식품이라는 의미일 터.

 

그래서 하는 말인데 ‘우당고택을 알고도 찾지 않으면 후회막급(後悔莫及)이다’라는 신판 속담을 우당고택에 남기며 기자는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옮겨야 했다.

 

 

하룻밤 묵어 가기에도 딱 좋은
하룻밤 묵어 가기에도 딱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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