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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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보다 낫다!”
  • 홍경석 시민기자
  • 승인 2022.06.2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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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人生 최고의 수박
여름철엔 수박이 최고의 과일이다
여름철엔 수박이 최고의 과일이다

 

지독했던 가뭄이 심신까지 극도로 괴롭혔다. 장기화한 가뭄은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글로벌 경제 쇼크와 연동하면서 제반 물가까지 들썩거렸다.

 

한국인이 무더운 여름철에 사랑하는 대표 과일은 단연 수박이다. 91% 이상이 수분으로 이뤄져 있어 수분 보충과 갈증 해소에도 제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금수박’으로 불릴 만큼 수박의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올랐다.

 

그래서 서민, 특히 빈곤층이나 독거노인, 사회적 지원과 보호 장치가 미흡한 장애인들로선 수박 맛을 보는 것조차 사치였다. 이런 와중에도 봉사단체인 [사랑의 열매] 정운엽 회장은 소외된 이웃을 찾아다니며 ‘수박 봉사’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어 주변의 박수가 뜨겁다.

 

어제 정운엽 회장과 통화를 나눴다. “이 더운 날에도 농장과 하우스에 들어가느라 고생이 많지요?” “맞습니다. 마치 사우나를 하는 듯 어찌나 더운지 정말 죽을 맛이네요.”

 

그런데도 그는 이타적 고운 마음씨에 의거하여 오늘도 식전부터 농장을 찾을 게 틀림없다. 가히 철인이 아닐 수 없다. 정운엽 회장과 초면(初面)한 것은 [제16회 2021 대전자원봉사자의 날] 기념식이 열린 작년 12월이다.

 

나는 그날 대전자원봉사센터 시민기자단 단장 자격으로 그를 취재했다. 거기서 정운엽 회장은 영예의 행정안전부장관상을 수상했다. ‘봉사왕’답게 그는 지금도 소리 소문 안 나게 봉사의 손길에 영일이 없다.

 

통화 말미에 정운엽 회장은 이런 말을 했다. “최근 수박을 어떤 장애인께 갖다 드렸는데 그분께서는 얼마 뒤 영면하셨습니다. 하지만 유언이 ‘이 수박은 내 인생 최고의 수박’이라고 하셨다네요. 그 말씀을 전해 듣고 어찌나 가슴이 찢어지던지요...”

 

순간, 내 눈에도 샘물이 고이면서 장마철에 벼락을 맞은 듯 감동까지 짜릿하게 전이되어 왔다. 오늘도 우수 자원봉사자를 인터뷰한다. 다음은 얼마 전에 인터뷰한 분의 내용이다.

 

= “Q, 자원봉사 활동 시 뿌듯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 A. 겨울철에 김장봉사를 하자면 배추를 씻어 소금에 절여야 합니다. 어느 해 그 해 겨울은 어찌나 춥던지요! 손이 떨어져 나갈 듯 시리다 못해 아프기까지 하더군요.

 

그런데도 봉사자들끼리 마주 보고 웃으며 서로를 위로하고 다독거렸던 그때의 아름다움이 지금도 기억에 또렷합니다. 다시 보고픈 그리운 친구들입니다. 또한 그렇게 힘들게 담근 김장을 가가호호 방문하여 드릴 때 수혜자께서 “자식보다 낫다!”며 칭찬하셨을 때가 정말 뿌듯했습니다.” =

 

이 얘기를 언급하는 것은 다 까닭이 존재한다. 자원봉사자를 일컬어 “자식보다 낫다!”고 한 부분의 강조 차원 때문이다. 눈을 감으면서 그의 인생 최고의 수박을 맛보았으니 여한이 없었다는 망자께 삼가 명복을 빈다.

 

취재하면서 막역지우(莫逆之友)가 된 정운엽 회장하고는 조만간 만나 정담과 함께 소주도 나누길 기대한다. 안주야 수박 반 통이면 애먼(?) 주변 사람들까지 덩달아 배를 두둑이 채울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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