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출판기념회를 했다. 그날 참석하신 분께서 질문하셨다.
“남들은 한 권의 책을 내기도 벅찬데 벌써 여섯 번째 저서를 출간하셨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어떻게 하면 좋은 책을 발간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나의 답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시작했으면 반드시 끝을 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금연과 금주 결심은 작심삼일(作心三日)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집필(執筆), 즉 책을 내려면 반드시 시종일관(始終一貫, 일 따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함)이 담보되어야만 가능하다.
더욱이 집필은 치열한, 그리고 절저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다. 따라서 중도에 힘들다고 포기하면 이건 죽도 밥도 안 된다.
일 따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이 함(行)을 뜻하는 또 다른 사자성어 수미일관(首尾一貫)을 항상 겸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는 용(龍)인데 꼬리는 뱀(蛇)이라는 뜻의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고 만다.
책을 한 권이라도 내본 사람은 다들 수긍하고 인정하는 자신의 저서에 대한 어떤 애증(愛憎)이 있다. 그건 그만큼 집필(執筆)이 어렵고 힘들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일단 출간이 되고 나면 그동안 쏟아부었던 노력과 열정에 자신의 저서가 자식(子息) 이상으로 사랑스럽게 보인다. 이렇게 유종지미(有終之美), 즉 ‘끝을 잘 맺는 아름다움’이라는 뜻으로, 시작한 일을 끝까지 잘하여 결과가 좋음을 이르는 말이 되려면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겨야 한다.
일반적으로 책을 처음 낸 작가는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그 이유는 생각처럼 책이 많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간을 전후해서 가졌던, 하늘도 덮을 만치의 커다랗던 애드벌룬(광고하는 글이나 그림 따위를 매달아 공중에 띄우는 풍선)의 베스트셀러 기대감은 시나브로 실망과 때론 포기의 낙담으로 추락하기 일쑤다.
이러한 경험담을 가감 없이 기술(記述)하는 것은 나 또한 경험자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 다시는 책을 내지 않는다는 특징이 보인다.
하기야 돈 들이고 열정까지 다 쏟아부은 자신의 첫 저서가 생각 외로 독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서점에 가도 구경할 수 없다는 현실은 충분히 좌절감을 안기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어떤 모순(矛盾)의 함정(陷穽)이라고 과감하게 치부(置簿)하여야 한다. 그렇지 아니하고 안 팔리는 자신의 책을 괜스레 치부(恥部)라고 오인하면 이게 바로 자칫 우울증의 단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뭐든 그렇겠지만 첫 술에 천의무봉(天衣無縫)의 만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