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누구나 각자의 ‘솔 푸드’(Soul Food)가 존재한다. 솔 푸드란 영혼을 뜻하는 솔(Soul)과 음식을 뜻하는 푸드(Food)가 합쳐진 말이다.
원래는 미국 남부 흑인들의 전통 음식을 가리키는 용어였으나, 현재는 영혼의 안식을 얻을 수 있는 음식 또는 영혼을 흔들 만큼 인상적인 음식을 가리키는 용어로도 쓰인다.
주로 자신만의 독특한 추억을 간직한 음식이나 한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을 일컬을 때 사용하는데, 예컨대 우리나라의 대표적 솔 푸드에는 ▷김치찌개 ▷된장찌개 ▷부대찌개 ▷떡볶이 ▷김밥 등이 있다.
한편, 국립국어원에서는 이 용어를 '위안음식'이라는 순화어로 명명했다. 나에게 있어 솔 푸드는 단연 수제비다. 수제비는 밀가루를 반죽하여 맑은장국이나 미역국 따위에 적당한 크기로 떼어 넣어 익힌 음식이다.
나는 너무나 일찍 어머니를 잃고 같은 동네 유모 할머니의 손에 의해 자랐다. 할머니는 찢어지게 가난했기에 쌀밥은 정말이지 설날이나 추석 아니면 구경조차 힘들었다. 그래서 평소 자주 먹는 음식이 수제비와 손칼국수였다.
툭하면 멸치를 몇 개 넣고 대충 끓인 수제비를 정말이지 물리도록 먹었다. 미국 작가 데일 카네기는 <인간관계론>에서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 작가인 나는 동시에 ‘사람은 기억의 동물’이라는 게 고유한 생각이자 주장이다.
그런데 어쩌면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가난의 맛’이랄 수 있는 수제비를 내가 아는 지인은 손사래를 칠 정도로 싫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수제비를 사랑한다.
수제비에는 그 시절 나를 끔찍이 아꼈던 할머니의 손자 사랑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 대덕구 비래동로7번길11(비래동 125-26)에 위치한 [호박식당]을 찾아 그동안 오매불망 그리워했던 수제비를 주문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 일품이었다. 28년 동안 운영하고 있는 식당답게 그 솜씨가 가히 ‘맛의 달인’다웠다.
현재의 신축 건물 바로 옆의 건물에서 오랫동안 운영해 온 덕분에 단골손님도 많은 [호박식당]은 MBC TV ‘생방송 오늘 저녁’에도 소개되었을 정로도 이미 맛의 검증을 거친, 누구나 믿고 찾을 수 있는 식당이다.
손칼국수와 손수제비, 얼큰 칼국수와 얼큰 수제비가 환상의 콤비를 이루는 [호박식당]은 관할 기관인 대덕구청으로부터 ‘착한 가격 업소’ 지정까지 받아 더욱 든든한 맛집으로도 손색이 없다.
추억의 맛까지 소환하는 [호박식당]에서 수제비를 먹노라니 새삼 ‘가난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는 교훈이 떠올랐다. [호박식당]은 비래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보이는 ‘투썸 플레이스’와 ‘해뜰 약국’ 사이 골목에 있어 접근성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