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웨딩드레스는
정말 아름다웠소
춤추는 웨딩드레스는
더욱 아름다웠소
우리가 울었던 지난날은
이제와 생각하니 사랑이였소
우리가 미워한 지난날도
이제와 생각하니 사랑이였소
당신의 웨딩드레스는
눈빛 순결이였소
잠자는 웨딩드레스는
레몬 향기였다오
1969년에 발표한 한상일의 히트곡 [웨딩드레스]다. 웨딩드레스(wedding dress)는 결혼식 때, 신부가 입는 서양식 혼례복이다. 흔히 흰색이며 옷자락이 길다.
절친한 지인의 자혼이 있어서 어제 경남 창원까지 갔다. 잠시 후 경남 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창원 웨딩의 전당> 에일린홀에서 예식이 시작되었다. 하얀 웨딩드레스까지 멋진 신부가 등장하자 신랑의 입이 헤벌쭉 벌어졌다. 신부 부친에게서 신부의 손을 넘겨받은 신랑은 보무도 당당하게 주례 선생이 계신 무대 앞으로 다가섰다.
어제의 주례는 ‘4전 5기의 신화 창조’를 이룬 진정한 챔피언 홍수환 회장님(이하 ‘홍수환 선수’)이었다. 평소 신랑 부친과 오래 전부터 자별한 인연을 맺어오고 있는 터였기에 서울서 불원천리 창원까지 달려오신 것이었다.
홍수환 선수에 대한 일화와 찬사는 차고 넘친다. 홍수환 선수가 1974년 7월, 챔피언 아놀드 테일러에게 도전하여 WBA 세계 챔피언에 오르면서 남긴 “엄마, 나 챔피온 먹었어!”는 국민적 유행어가 되었다.
대한민국은 열광했고 국민들은 일제히 홍수환 챔피언을 환영했다. 3년 뒤인 1977년 11월엔 더 극적이었다.
당시 파나마에서 벌어진 WBA 주니어페더급 초대 챔피언 결정전에서 헥토르 카라스키야(파나마)를 상대로 2라운드까지 4번이나 다운당했지만 다시 일어나 3라운드에서 포기하지 않는 고추장 집념으로 KO승을 거두고 ‘4전 5기’ 신화를 일궈냈기 때문이다.
홍수환 선수는 당시를 회상한다. “정말 힘들어서 3라운에는 포기하고 싶었다. 배도 고프고 졸리기 시작했다. 카라스키야의 주먹을 맞다가 갑자기(3라운드) 지난 경기 때 찢어진 귀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 때 나를 걱정하시던 어머니 목소리가 생각났다.”
극적인 반전은 여기서 일어났다. “고생만 하신 어머니를 호강시키려면 나는 반드시 세계 챔피언이 되어야만 했다! 그렇게 생각을 바꾸고 죽어라 싸웠더니 상대 선수는 쓰러져 있었어.”
순간, 홍수환 선수 덕분에 우리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가 덩달아 세계 챔피언이 되는 실로 역사의 순간이었다. 홍수환 선수는 그렇게 전무후무한 대기록인 2번째 복싱 세계 챔피언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최고의 효자’라는 또 다른 찬사는 당연한 몫의 영광이었다. 당시를 떠올린 홍수환 선수는 주례사에서 신랑과 신부에게 거듭 당부 말씀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결혼을 해도 아이를 안 낳아서 정말 비상이 걸렸어. 이제는 그래서 아이를 많이 낳는 국민이 진정한 애국자야. 내가 정의하는 챔피언(champion)은 ‘자녀는 무조건 셋을 낳자’ 라는 거야. 신랑 신부, 내 말의 함의를 알아 듣겠지?”
신랑과 신부는 그러겠노라고 다짐했다. 예식장을 꽉 채운 축객들의 환호와 동의의 박수갈채가 물결쳤다.
올해 세계 챔피언 등극 50주년을 맞는 홍수환 선수는 끝으로 “극구광음(白駒過隙)이란 말도 있듯 세월은 금방 가는 거야. 50년 뒤에 나는 물론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겠지.
하지만 자네들은 분명 50년 뒤에도 아름답게 함께 늙어가는 백년해로의 아름다운 부부로 남아 있을 거야. 그때 내가 오늘 했던 주례사를 곰곰 떠올려보게나.”
다시금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갈수록 추락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출산율과 달리 프랑스의 합계 출산율은 2022년 기준 1.8명으로 10년 연속 유럽연합(EU) 1위라고 한다. 같은 시기 한국은 0.78명이었다.
그럼 왜 이런 엄청난 간극이 발생한 것일까? 프랑스는 아이와 육아를 최우선으로 인정해 주는 프랑스의 사회 분위기가 탄탄하다. 따라서 애를 키우면서 회사든 어디든 눈치 볼 일이 별로 없다고 한다.
아프거나 학교 때문에 시간을 내야 할 때도 당당하게 얘기하면 된다니 이쯤 되면 정말이지 육아의 무릉도원(武陵桃源) 쯤 되는 셈이다.
우리나라도 프랑스처럼 되려면 아이들을 인생의 진정한 ‘행복’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로의 인식 변화와 함께 각종 경제와 행정적 측면에서의 주거지 마련과 지원, 살인적 사교육비 부담에서의 탈출구 마련 등 제반의 유기적 시스템이 연동되어 굴러가야만 비로소 가능하다.
불세출의 ‘4전 5기’ 신화 창조 챔피언에서 이제는 시나브로 ‘출산 전도사’가 된 홍수환 선수의 멋진 주례사를 들으면서 홍수환 선수는 정말 명불허전의 진정한 챔피언이라는 생각에 더욱 존경스러웠다.
어제 화촉을 밝힌 신랑 신부가 한상일의 노래 [웨딩드레스] 가사처럼 눈빛 순결과 같은 아름다움의 견지와 아울러 레몬 향기처럼 달콤하기만 한 꽃길을 걷기를 축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