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지인이 밥을 샀다. 단골 식당이었는데 세 명이 찾은 식당에서 돼지고기 보쌈과 칼국수 2인분, 소주 두 병을 주문했다.
나의 건강을 우려하여 “술보다 안주 먼저!”를 재촉하는 지인의 이유 있는 설득을 좇아 보쌈의 폭식만으로도 포만감이 충분히 찾아왔다. 5만 원을 훌쩍 넘는 셈을 치르는 지인께 감사 인사를 표한 뒤 집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어제는 지인이 술과 안주까지 샀지만 다음엔 내가 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요즘 밥값이 너무 비싸다는 푸념을 아니 할 수 없다. 냉면 한 그릇이 1만 원을 훌쩍 넘고 삼계탕은 15,000원, 큰맘 먹고 장어라도 한 마리 구워 먹자면 정말이지 담대한 마음을 먹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몇 해 전 어버이날을 즈음하여 아들이 우리 부부를 자신의 회사로 초대했다. 한식과 일식 중식 등 그야말로 일류 레스토랑을 능가하는 시설과 메뉴에 우리는 ‘깜놀’했다. 아울러 ‘일류 회사는 이래서 다르구나!’를 새삼 절감했다.
오늘 신문에서 ‘구내식당은 기업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의미심장의 글을 봤다. 지금은 멀리 이전했지만, 예전엔 대전시 중심가에 커다란 모 관청이 우뚝했다.
그 내부의 구내식당 차림표가 화려한 데다가 시중 식당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여 외부인도 많이 찾았다. 하지만 얼마 뒤부터 “주변 식당 주인들의 민원 내지 해당 공무원들의 항의로 인해” 외부인은 출입을 불허한다는 공지문이 붙기 시작했다.
심지어 구내식당 출입자의 공무원증을 조사하는 단계까지 이르자 자존심과 함께 시쳇말로 쪽까지 팔려서 다시는 거기에 가지 않았다. 다들 알다시피 요즘 시중 물가, 특히 식당의 밥값은 정말이지 장난이 아니다.
김밥 한 줄이 3~4천 원을 춤추는가 하면, 라면 한 그릇도 5천 원을 넘은 지 오래다. 아무리 채소 값도 비싸다지만 조금일지언정 대충 썬 대파조차 보이지 않는 멀건 라면 국물에서 새삼 비정한 세파의 절감과 함께 천정부지(天井不知) 물가고의 현실에 낙담할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가뭄에 콩 나듯 만나는 5천 원짜리 짜장면에도 서민은 감격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오늘 신문에 기사를 쓴 기자는 ‘한국인은 철천지원수에게도 ”콩밥 먹게 해줄게“라며 평소 밥 문화를 중시하는 한국인’을 새삼 부각시켰다. 그래서 부언하는데 요즘 밥값은 너무 비싸다! 서민은 만날 집에서 라면만 먹으라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