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처럼 스쳐 가는 짧은 청춘인데
사랑에 울고 이별에 울고 그러다 가는 인생
있다고 자랑 말고 없다고 울지 마라
갈 때는 빈손이란다 그 누구도 가는 세월 막을 수 있나“ -
가수 김민국이 부른 ‘빈손’이다. 이번 주에 나의 일곱 번째 저서가 출간된다. 제목은 <가요를 보면 인생을 안다>이다.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는 우리 가요 78곡을 엄선하여 모티프로 했다. 이는 칠전팔기(七顚八起)를 나타내고자 하는 나의 의도적 가요 집합이다. 요즘 다들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안 어려운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물론 형편이 좋은 사람은 아예 내색조차 안 하지만. 어쨌든 ‘있다고 자랑 말고 없다고 울지 마라’에도 사연이 있다. 사람은 개인마다 호불호(好不好)의 개념이 다르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고 나의 경우, 예의가 없는 사람과 돈 많다며 거드름 피우는 자를 정말 싫어한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법이거늘 그렇지 않은 사람이 이 사회엔 마구 범람한다.
그래서 나름 짜낸 일종의 자구책(?)으로 속칭 ‘영양가 없는 사람’은 아예 전화부터 삭제하기 시작했다. 상식이지만 요즘엔 모르는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는 아예 받지 않는다.
아무리 한 때는 절친한 사이였더라도 위에서 거론한, 그러니까 예의 없는 사람이라든가 가진 게 많다며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자는 이미 내 전화번호부에서 삭제한 까닭에 다음부터 그로부터 전화가 오더라도 나로서는 ‘모르는 전화’로 격하되기 마련이다.
저장이 돼 있는 지인들의 전화번호는 금세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도통 기억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심지어 아내와 아이들의 전화번호조차 저장하지 않으면 기억하기 어렵다는 건 상식 아닌가.
절연(絕緣)한 친구 중에 자칭 부자(富者)가 하나 있었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에서, 그것도 십억 대 아파트까지 지니고 있는 자칭 부자라며 거들먹거리기 일쑤였다. 다섯 번째 저서를 출간한 뒤 그 친구와 술을 나눌 때 그는 다시금 자신의 재력을 뽐냈다.
하여 넌지시 이런 말을 했다. “부럽다. 그렇다면 가난한 이 작가 친구의 책을 열 권만 구입하면 안 되겠니?” 순간 엄동설한보다 냉갈령스럽게 일언지하에 거절하는 친구의 모습은 그만 나를 꽁꽁 고드름으로 동결시켰다.
“보지도 않을 책을 뭣 하러 사냐?” 술맛이 십리 밖으로 달아나기에 술상을 엎었다. “급히 갈 곳이 생겨서 먼저 일어나마.”
귀갓길 차 안에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엊그제 타관 객지서 만난 친구도 아니고 자그마치 수십 년 친구이자 죽마고우였으며 검정 고무신 신고 초등학교까지 같이 다녔던 이른바 ‘불알친구’ 입에서 그런 소리까지 나오다니!!
평소 나를 얼마나 업신여겼으면 그런 말까지 함부로 했을까? 비록 주머니마저 새털처럼 가벼운 나라곤 하지만 지인 작가가 책을 내면 열 권 정도는 구입하여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왔거늘.
아무튼 그래서 강조한다. 너나 나나 따지고 보면 바람처럼 스쳐 가는 짧은 청춘이다. 그래서 사랑에 울고 이별에 울고 그러다 가는 인생 아니더냐? 그러니 이제라도 있다고 자랑 말아라.
나도 더 이상 없다고 울지 않으마. 끝으로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저세상으로 갈 때는 너나 나나 모두가 빈손이란다. 그 누구도 가는 세월은 막을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