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의 지붕은 산과 물의 흐름을 닮았다던 누군가의 말처럼 신용덕의 화면 안으로 들어온 지붕과 기와 선으로부터 유래한 결들은 얼핏 보면 산맥 같다.
또한 파도의 일렁임 같기도 하더니, 소나무나 전나무 같은 침엽수 잎들이 바람에 사부작거리며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알록달록한 색동저고리의 소매 같기도 하다.
이전 작품인 '빛의 알고리즘' 연작처럼 캔버스 위에 강렬한 바탕색을 여러 겹으로 칠한 후 중간 톤으로 줄지어 늘어선 기와지붕을 비슷한 길이와 굵기의 선(線)을 일정한 방향으로 중첩시키며 전면으로 덮어 나가더니 그 위로 굵은 물감층을 만들어낸다.
찐득하게 묻어날 것 같은 물감 덩어리는 붓으로 그렸다기보다 두꺼운 색면(色面)을 쌓은 후 그 위를 긁어서 파낸 것 같은 거친 질감을 생성한다.
100호 이상의 큰 화면 전체를 가늠하기 위해 작품으로부터 한 발씩 멀어져 가면 화면 위에서 출렁이던 재질감이 사라지면서 짧고 균일선 선들의 배열이 형성하는 엇박자의 경쾌한 리듬감이 살아난다.
같은 화면에서 산출되는 거친 재질감의 촉각 경험이 어느 순간 선들의 배열이라는 시각 경험으로 전환되면서 신용덕의 '기와' 연작들은 서로 다른 감각이 교차하는 '지적' 경험의 장으로 전환된다.
촉지적(haptic)이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만진(touch)다는 뜻의 합테스타이 (haptesthai)에서 유래한 것으로, 피부가 물체 표면에 닿았을 때 느끼는 촉감(tactile feedback)과 관절과 근육의 움직임이 방해받을 때 느껴지는 근 감각적인 힘 (kinesthetic force)이라는 두 가지가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경험의 한 종류이다.
2차원의 표면을 만지는 촉각의 작용이 자극을 평평하지 않은 다른 느낌으로 인지하게 하는 이러한 감각은 촉각적 교감으로 시작하지만, 종국에는 시각적 이미지라는 '상(像, image)을 형성하는데, 이때 우리는 가상의 실재감이라는 모순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이와 같은 작용을 신용덕 미술가는 가장 전형적인 재료인 캔버스와 물감에만 의존하는 독특한 작업 방식으로 산출한다.
물감을 붓에 묻혀 캔버스에 발라 색으로 면을 만드는 방식 이외에 주사기에 물감을 담아 짜내거나 흘리기도 하고, 물감의 점성을 이용하여 캔버스에 댄 붓을 천천히 떼어내면서 물감이 부분적으로 딸려 나오게 하는 등 다채로운 색만큼이나 다양한 질감을 만들어낸다.(변청자 미술학 박사. 2023년 신용덕 개인전 서문 중에서 발췌)
명불허전의 화가인 신용덕 미술가의 24회 개인전이 9월 5일부터 9월 11일까지 대전시 중구 대흥로139번길36 [이공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어 현장을 찾았다. 명성에 걸맞게 많은 관람객이 찾아 구름 인파로 운집하고 있었다.
기와집은 예로부터 우리나라 건축물에서 많이 사용되었으며, 자연환경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아름다운 모습을 자랑한다. 기와는 전통적인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점도 가지고 있다.
기와는 내구성이 뛰어나서 오랜 시간 동안 사용해도 손상되지 않고 유지보수가 쉽다. 기와는 열전도율이 낮아 단열 효과가 우수하므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게 지낼 수 있다.
기와는 방수와 방습성이 뛰어나므로 비나 습기로부터 건물을 보호해 준다. 기와의 이러한 특징들은 우리나라의 기후와 문화에 적합하며, 전통적인 건축물의 매력을 더해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기와지붕은 주변 경관과 어울리며 안정감 있고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찢어지게 가난했던 탓에 기와는커녕 비만 오면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초가집에서 자랐다. 그런 까닭에 기와집에 사는 사람이 제일 부러웠다.
평소 성품까지 튼튼한 기와집의 견고함과 돈독한 의리까지 지닌 신용덕 미술가의 개인전 ‘기와 이야기’ 관람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