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은 한중수교 32주년 기념일이다.
1992년 8월 24일 한중 양국이 공식적인 외교 관계 수립 이후, 1998년에는 21세기를 향한 협력동반자 관계, 2003년에는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 2008년에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 양국 관계는 상호존중과 호혜상생의 기초 위에 정치외교, 경제무역, 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폭넓은 발전을 지속해왔다.
수교 당시 64억 불이었던 교역량은 2021년 3,000억 불을 돌파하여 50배 가까이 성장하였고, 13만여 명에 불과했던 인적 교류는 코로나 발생 이전 1,0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약 80배 증가하면서 괄목 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현재 양국은 여전히 여러 도전 과제들을 직면하고 있다.
첫째, 미중 전략 경쟁이라는 국제질서 전환이 한반도와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며 한중관계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둘째, 양국의 경제 협력 관계는 상호보완에서 경쟁 구조로 전환되면서 확장성의 한계를 보이고 있다.
셋째, 양 국민 간의 상호 호감도가 감소하면서 문화 교류, 인적 교류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한중관계의 다층적이고 다면적으로 발전해 오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향후 미래 30년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한중관계에는 서로가 서로를 보는 인식의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30여년간 한중관계는 같은 것을 추구하면서도 다름을 인정하는 ‘구동존이’와 ‘상호존중’의 정신을 추구해왔다. 이것은 한중수교의 초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과 중국의 국력이 신장되고 국제적 위상이 바뀌면서 새로운 관계 정립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서로의 생각과 가치를 강요하지 않는 ‘화이부동’의 목소리가 부상한 것이다.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난 30여년간 걸어 온 길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깊은 성찰 속에서 미래를 향한 지혜를 발견할 수 있다. 중국에는 ‘삼십이립’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30세 즈음에는 스스로 주체적으로 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한중 관계도 이제 대등하고 서로의 처지를 존중하면서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는 전환점이자 출발점이다.
그동안 한중 관계는 탈냉전 시기에 수교한 그 어떤 양자 관계 보다 비약적이고 전방위 적인 발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를 잘 알고 있다는 ‘이웃증후군’이 나타나고 국력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국가이익을 둘러싼 갈등이 나타났고 급기야는 양국 간 상호불신이 고착화 되면서 많은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고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되고 진영화가 나타나면서 이러한 현상은 한중관계에도 깊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한중 양국은 뗄래야 뗄수도 없는 이웃이고, 또 지정학, 문화적, 역사적으로 깊이 연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디커플링이 가까운 미래에 실현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양국은 수교 당시의 초심을 기억하며 새로운 위상 정립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사실 1992년 한중수교는 서로의 필요에 따라 대등한 협상을 통해 이익의 균형을 찾았다.
실제로 중국은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참고 하면서 개혁개방을 지속할 수 있었고, 한국도 중국 시장이 주는 기회를 활 용해 새로운 도약을 이룰수 있있으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 역할도 나름대로 평가할 수 있었다.
오늘날 중국은 미국에 이어 제2의 경제 대국이 되었으며 2021년 말 미국 GDP의 75%까지 추격하는 위치에 있다보니, 국제 문제에 있어서 중국을 빼놓고 논의할 수 없게 되었다.
한국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자 6위권의 군사 강국으로서 ‘글로벌 중추 국가(pivotal state)’로의 면모를 갖추었다.
이런 점에서 한중관계도 최대한 갈등을 부각시키지 않고 현상을 관리하는 정태적(static) 관계에서 벗어나 모든 글로벌 현안을 함께 논의하면서도 한중관계의 도전요인을 극복하면서 발전하는 동태적(dynamic) 안정을 모색하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
실제로 한국은 대등한 양자관제를 모색하기 위해 ‘상호존중’과 ‘화이부동’의 본뜻을 제시하면서 중국이 보다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준수하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도 ‘상호존중’을 강조하고 있고 국제법에 기초한 유엔체제를 지지하면서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여전히 ‘구동존이’를 강조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한중관계에서 인식의 차이, 기대의 차이, 역할의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새로운 미래 한중관계 30년을 모색하는 새로운 출발점에서 한중수교 당시의 초심을 기억하면서 그동안의 성취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미래를 위한 공론장을 만들 필요가 있다.
즉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공동의 목표를 추구하는 ‘구동존이’의 정신과, 같아지는 것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화해와 조회를 추구하는 ‘화이부동’에 기초한 상호존중의 정신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전방위적 교류협력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회피하지 말고 위기관리 시스템을 가동해 착실하게 문제를 풀고 매듭을 짓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생산적이고 전략적인 대화가 중요하다.
대화는 오해나 오판을 막고, 의도적으로 상대를 오독하는 위험을 방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중관계는 그동안 서로를 비춰보고 성찰해온 창과 거울의 역할을 수행해왔다.
수교 32주년을 맞아 과거를 성찰하면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함께 나아가고, 더 나아가 상대에게 강요하지 않는 구동존이와 화이부동의 자세를 다시 한번 새길 필요가 있다.
양국 간의 관계 뿐 아니라 재한동포사회 단체, 한국 사회단체 간의 상호관계도 같은 맥락에서 고안 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단체, 시민단체 등 비영리 조직은 우리들의 권리 향상, 생활 향상 등 공공선을 위해 단경하여 운동을 일으키거나 사회의 상층부 등에 호소함으로써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과 취지에서 자체적으로 구성한 단체임을 숙지해야 한다.
자칭 80만 재한동포들을 대표한다는 단체, 그리고 ‘우리는 똘똘 뭉쳐야 한다’고 구호를 웨치는 단체들이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단체를 대표하는 단체장으로서 사사로운 감정이나 지역 감정, 또는 개인적인 호불호에 따라 편 가르기라든가, 갈라치기, 특정 단체나 개인을 따돌리기 등등의 언행을 일삼는것을 종종 볼수 있다. 이러한 언행들은 한국에 있는 중국동포들의 동질감과 정체성을 파괴하며 내부 단결을 깬다.
우리들의 공공선을 위해서는 단결과 화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영혼이 없이 말로만 똘똘 뭉치자는 구호는 이젠 그만 웨치고, 진정으로 ‘구동존이’의 정신과 ‘화이부동’의 자세로 함께 마음과 뜻을 합하여 손에 손 잡고 ‘하모니어스 소사이어티(和谐社会)’를 영위해 나가야 한다.
▶ 이화춘 재한동포리더연맹 대표 프로필
1999년 흑룡강중의약대학 졸업
흑룡강성학생연합회 집행주석 역임
- 현재
재한동포리더연맹 대표
한국정무협회 서울지회 회장
사)재한동포총연합회 특별위원장
사)한중경제문화교류중심 대외협력국장
재)가짜뉴스퇴치국민운동본부 사회공헌 부위원장
중국광동즈마카이먼유한공사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