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 칼럼] 훌륭한 인터뷰이도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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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석 칼럼] 훌륭한 인터뷰이도 스승이다
  • 홍경석 편집국장
  • 승인 2024.10.1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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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능한 뱃사공은 바람과 파도를 이용한다
▶ 필자와 인터뷰하는 인터뷰어
▶ 필자와 인터뷰하는 인터뷰어

지난 4월 인천발 나리타행 에어프레미아 항공기가 약 2시간 만에 회항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이륙해 동해 상공을 비행하던 YP731편 항공기에서 여압장치 이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여압장치’란 높은 고도를 비행하는 항공기 내부의 기압을 조절해 주는 장치를 말한다. 해당 항공기는 이륙 약 1시간 만에 기수를 돌리고, 고도를 11,250m에서 3,060m로 급히 낮췄다.

이 과정에서 탑승객 머리 위로 산소마스크가 내려왔고, 승무원들은 마스크와 벨트 착용을 안내했다. 항공기는 낮춘 고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비행하다가 오전 10시 55분 인천국제공항에 착륙했다.

지난 얘기를 꺼내는 것은 ‘여압장치’라는 소구(小口)의 화두를 동원하기 위함이다. 비행기에 이 장치가 없으면 승객은 원천적으로 탑승할 수 없다.

요즘은 뜸하지만 이따금 횟집에 가는 경우가 있다. 해삼을 먹는 경우도 있는데 이 해삼이라는 녀석의 필살기가 눈길을 끈다. 해삼의 내장은 영양가가 풍부한 해산물로, 다양한 필수 영양소를 제공한다.

해삼 내장은 단백질이 풍부하며,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단백질은 신체 성장, 수복, 기능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해삼은 포식자의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의 내장을 밖으로 꺼내 놓는다.

그리곤 적이 그것을 먹는 동안 잽싸게 달아난다(해삼의 내장은 다시 생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그런 게 없다. 취재를 하다 보면 견디기 힘들었을 난관에서도 굴복하지 않고 도전하여 결국엔 성공으로 도약한 인물을 만나곤 한다.

전형적인 ‘유능한 뱃사공은 바람과 파도를 이용한다’의 배짱 두둑한 성공인인 것이다. 유능한 뱃사공이란 거센 파도를 헤쳐 나갈 때 탄생한다. 배를 만들 때 가장 강한 나무는 돛대로 사용한다.

강한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돛대는 철저한 준비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먼저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돛대로 쓸 튼튼한 나무를 고른다. 그다음에는 그 주위에 바람을 막을 만한 모든 나무를 베어 버린다.

돛대로 쓸 나무만 홀로 남아서 거센 바람, 폭우, 눈보라를 겪어낸다. 이리저리 휘어지면서 보통 나무보다 훨씬 튼튼하고 강하게 자란다. 이렇게 10년을 키운 나무를 배의 돛대로 만든다고 한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사람에게 인생이 기회를 주는 법은 없다. 따지고 보면 우리네 세상살이는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는 너무 많다는 사실의 발견이다.

하지만 ‘인디언 기우제’의 심정과 각오로 매진한다면 결국 매몰찼던 외면의 신조차 결국엔 내 편으로 돌려세울 수 있는 것이다. 시련과 혼란, 아픔과 갈등 없이 좋은 성과를 바라지 말라고 했다.

산에서 자란 나무는 비바람과 폭풍우라는 시련을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이한 대가로 그렇게 웅장한 모습으로 산을 빛낼 수 있다. 또한 아픔과 실패 없이 거둔 성공은 손안에 쥔 모래처럼 허무하게 사라져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나에게 주어진 모든 시련에 감사하라는 말에 당위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내가 변해야만 비로소 모든 게 변하는 법이다. 오늘도 취재를 하러 나간다. 내가 만나는 훌륭한 인터뷰이는 때론 스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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