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은 소설(小雪)이었다. 24절기 중 스무 번째 절기인 소설은 이날부터 첫눈이 내린다고 하여 소설(小雪)이라고 한다. 소설은 대개 음력 10월 하순에 드는데,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이 전할 정도로 날씨가 급강하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설 전에 김장을 하기 위해 서두른다. 이미 농사철은 지났지만 여러 가지 월동 준비를 위한 잔일이 남는다. 시래기를 엮어 달고 무말랭이나 호박을 썰어 말리기도 하며 목화를 따서 손을 보기도 한다. 또 겨우내 소먹이로 쓸 볏짚을 모아두기도 한다.
이중 단연 화두는 역시 김장이다. 김장은 한국의 겨울을 준비하는 중요한 전통 행사이자 가족의 겨우살이 준비 과정의 으뜸을 점유한다. 김장은 단순한 저장식품을 넘어서,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김장의 적정 시기는 평균 기온이 4도 이하, 최저 기온이 0도 이하로 유지될 때를 말하며, 대체로 11월 중순에서 12월 초까지가 일반적이다.
특히, 대설 전후로 김장을 많이 담그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김장을 담그려면 배추와 무, 파, 마늘 등 부수적 양념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대전시 서구 기성동의 험악한 밭에서 지극정성으로 배추와 무 등 채소를 수확하여 어렵고 힘든 이웃과 계층에 기부하고 있는 참 아름다운 사람을 만났다.
대전한마음사랑봉사단 정운엽 단장이다. “농작물은 농군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이 속담은 농작물이 잘 자라기 위해서는 농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농부들은 작물이 자라는 동안 매일매일 상태를 확인하고 물과 영양분을 공급해 주어야 하며, 날씨나 해충 등의 외부 요인으로부터도 보호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농부의 관심과 노력이 부족하면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농사를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농부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속담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속담에 부합되게 정운엽 단장은 매일 새벽마다 밭에 나가 정성으로 밭을 일구었다. 그렇게 100일 이상 정성을 투자한 결과, 기타 채소는 물론이고 배추까지 너무나 튼실하게 잘 자라 요즘엔 한창 수확하고 있다. 그렇게 거둔 김장의 일등 공신 ‘우량 배추’를 정운엽 단장은 가장동 통장 협의회에 60포기, 장애인 자립센터에 50포기, 장애인 휠체어 동우회에 40포기, 구세군 여성의 집에 10포기를 기부하는 등 선행의 영역을 더욱 확장하고 있어 주변의 칭찬이 자자하다.
기자가 현장을 찾은 날에도 정운엽 단장은 사모님과 대전한마음사랑봉사단 일부 회원의 조력을 받아 구슬땀을 흘리며 귀한 배추를 수확했다.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김장을 그에 빗대면 “겨울나기 김장은 빚을 내서라도 한다”라고 해야 한다. 밭 주변에서 풍찬노숙하는 가여운 길고양이들의 먹거리까지 꼬박꼬박 챙겨주고 있는 대전한마음사랑봉사단 정운엽 단장을 보면서 ‘일노백낙’으로 기부하는 참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흐뭇함이 만추의 만산홍엽(滿山紅葉) 이상으로 고왔다.
여기서 말하는 일노백낙(一勞百樂)은 기자가 의도적으로 만든 신판 사자성어다. ‘한 사람의 노력이 백 사람을 즐겁게 한다’는 의미다. 정운엽 단장이 승용차에 한 가득 실어준 배추와 무는 설탕보다 달았다. 마치 정운엽 단장의 고운 성정을 닮은 듯 그렇게.